[인터뷰]"성심병원 노조 설립 때 전율했죠" 첫돌 맞은 '직장갑질119'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2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직장갑질 119 설립 1년 대담’에서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와 김유경 돌꽃 노무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월급으로 상품권1000만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올 초 ‘방송계갑질119’ 오픈카톡방에서 채팅 상담을 하던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45)의 눈에 닉네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닉네임이 혹시 경험담이신가요?”라고 묻자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몇달 일한 급여를 상품권으로 받은 방송국 스태프의 제보였다. 방송계 ‘상품권 페이’가 공론화되고 방송스태프 노조 결성에 불을 붙인 계기는 채팅방 닉네임에서 시작됐다.


노동조합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 직장인이나 비정규직들에게 법률자문을 해주는 ‘직장갑질119’가 다음달 1일 첫돌을 맞는다. 네트워크형 단체인 직장갑질119가 만들어진 뒤 임금체불과 부당지시, 괴롭힘 등 수많은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1년 동안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림성심병원 간호사들, 방송계 비정규직, 보육교사들이 노조를 만들었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발의됐다. 이런 성과들 뒤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 무급으로 상담업무를 해준 ‘119스태프’들이 있다. 노동운동가, 노무사, 변호사 등 241명이 순번을 정해 채팅방과 이메일로 상담을 청해 온 노동자들에게 법률자문을 해줬다.


출범 초기부터 함께해 온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49)와 김 노무사를 지난 2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작은 업체에서 일어난 일부터 사회적 파장을 가져온 일까지, 이들이 다룬 상담 사례는 다양하다. “식당에서 일하다가 사장에게 폭행당하고 해고된 중년여성이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더니 사장이 내용증명을 보내가며 협박을 했다더라고요. 대응방법을 알려드리고, 문서 샘플을 작성해드렸는데 결국 잘 해결돼 임금을 받으셨어요.”


김 노무사가 꼽은 ‘사이다’ 같은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사실 상담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권 변호사는 “이메일 절반은 법적 해결책이 큰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가 명시적으로 징계를 당했다면 싸울 수라도 있지만 상사가 욕설을 하거나 괴롭혀서 심한 경우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이들도 있어요. 이럴 때 법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개인이 소송을 내기는 쉽지 않죠. 소규모 사업장에는 노조를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하기도 힘들고요.”


증거가 명확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 제보 중 상당수가 ‘근로감독관이 화해를 종용하거나 회사 편만 든다’는 내용이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수사권도 있고, 사업장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권한도 있어요. 인력부족이나 예산 핑계만 대지 말고 선례가 될 만한 사건을 발굴해 적극 해결하고 이슈화시켜야 합니다.” 


제보와 상담으로 시작된 여러 모임이 노동조합으로 이어졌다.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라고 강요했던 한림성심병원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제보 한 달 만에 조합원 2000여명 규모의 노조가 만들어졌다. “장기자랑 동영상에서 봤던 분들이 병원 로비에 모여 출정식을 하는 사진을 봤어요. 불과 몇 달 전에 힘들다고 절규하던 분들의 표정이 너무 밝더라고요. ‘이게 노조의 힘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전율했죠.” 김 노무사가 말했다. 


‘직장갑질119’라는 플랫폼 아래 모인 수많은 직장인들, 지금까지 쌓아온 사례들, 어렵게 한데 모인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 네트워크의 자산이다. 권 변호사는 “개별 노동자들이 상담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가입할 수 있는 조직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 노조’ 같은 형태로라도 발전하면 문제있는 사업장 앞에 가서 피켓이라도 들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내면 좋을 것 같아 고민해보려 합니다.” 김 노무사는 “전문가들이 쌓여있는 사례를 이용해 갑질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열정노동’으로 굴러가는 이 단체가 앞으로 계속 활발히 운영될지의 문제다. 권 변호사는 “가끔 시간 내어 상담하는 우리보다는 사실상 무급노동을 하며 단체를 꾸려가는 직장갑질119 상근자들이 더 힘들 텐데, 상담을 청하셨던 분들이든 아닌 분들이든 후원을 해주시면 최저임금이라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후원 농협 010-119-119-1199 직장갑질119, http://bit.ly/gabjil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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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301645001&code=940702#csidx1dabe1266e88bf1bc37acec4dea2d46 onebyone.gif?action_id=1dabe1266e88bf1bc37acec4dea2d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