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노동자가 혼자 컨베이어 점검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제 24살이었고, 6개월간의 취업준비 끝에 입사한지 불과 3개월이었다. 2013년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망사고, 2015년 LG 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질소 누출 사망사고, 2016년 구의역 하청노동자 사망사건,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구조물 추락 사망사고, 그 외 숱했던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뒤를 이어 2018년 화력발전소 사망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 처참한 사고 앞에 절망감과 분노가 사그라들기 전에 지금이라도 한번더 기억하고 불러볼 이름이다. 24살의 노동자. 그의 이름은 김용균이었다.

 

또다시 하청노동자가 죽었다. 그의 업무는 원래 정규직이 2인 1조로 수행하던 일이었다. 해당 업무가 외주화가 되면서 수행 인원이 충분하지 않았다. 2인 1조의 작업지침은 현실과 동떨어진 문서로 치부되었고,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은 홀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노동조합은 2인 1조 운영지침 준수를 요구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당연한 얘기를 절박하게 외쳤다. 하지만, 당연한 요구와 외침들이 끝내는 멋쩍어질 만큼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 위험은 또다시 하청노동자의 몫이었다. 故김용균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 받은 안전교육은 2주가 전부였다. 정규직 안전교육 기간 3개월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사회초년생이라 요령도 몰랐다. 분진으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故김용균은 헤드랜턴 하나 없이 스마트폰 플래시에 의지해 컨베이어벨트 점검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비상정지버튼을 눌러줄 동료가 옆에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 이 구호도 이 비극을 설명하기엔 더 이상 충분하지가 않다. 사람의 노동을 비용으로만 환산시켜 효율성만 찾는 이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는 낭만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故김용균의 소속업체인 한국발전기술(주)는 작업시설이 위험하다고 올해에만 28차례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에 개선 요청을 했다. 번번히 한국서부발전은 그 요구를 묵살해왔다. 비용절감과 위험부담 전가가 외주화의 이유였다. 구태여 하청노동자들을 위하여 비용을 쓸 필요가 없었다. 국회에서는 외주화 금지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5년여간 제대로 논의된 적도 없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외침이 허공에서 맴돌다가 사라지기만을 반복해온 이유다.

 

정부와 국회가, 원청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지난 3년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4명이었다. 그럼에도 태안 화력발전소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5년간 20억원의 산재보험료 감면혜택을 받았다. 4명의 노동자가 하청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회사는 정부로부터 벌 대신 세금 감면의 상을 받은 꼴이다. 故김용균을 비롯한 하청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 뒤에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탐욕만 있지 않다. 국회가 면죄부를 주었고, 우리가 쉽게 잊었다. 유해위험 업무에 대해서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업체 책임을 강화하여 더 이상 이 비현실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주화된 죽음들이 사회의 공분을 일으키고도 조용히 잊히는 일 역시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2018년과 어울리지 않는 비극적 구호의 울림에 우리도 함께 답해야 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즉각 중단하라!

 

2018. 12. 14.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