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딴짓하는 노동부, 부끄럽지 않은가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
이상미  |  labortoday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6.10.18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네이버구글msn
  
▲ 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

10월이다. 이제는 사업장 자율점검 결과를 전산입력까지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자율점검 전산입력 작업 중 잊고 있었던 불쾌함이 다시 치받쳐 오늘은 그 얘기를 하고자 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사업장을 관리·감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업계에 최저임금 위반 문제가 불거지면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상시적으로 사업장 근로조건을 점검한다.

상시점검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근로감독관이 직접 점검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인노무사회 같은 기관에 위탁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위탁을 주는 것을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이라고 하고 흔히 줄여서 ‘사업장 자율점검’이라고 부른다. 두 점검의 공통점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최저임금·가산수당 등 사업장 근로조건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점검하는 경우 즉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시정명령을 하는 반면 사업장 자율점검은 위반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자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장 자율점검을 나가 보면 사업주가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성희롱 예방교육을 1년에 한 번 이상 실시해야 한다거나 최저임금을 게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은 조금만 설명해 주면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니, 근로감독관을 통한 노동부 점검과 병행해 자율개선사업을 하는 것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올해도 사업장 자율점검을 신청했고, 수행노무사가 돼 7월 초 관할고용노동지청에서 하는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다. 그런데 인사말을 하는 지청장이 사업장 자율점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노동부 2대 지침 홍보만 읊어 대는 것이 아닌가. 왜 저럴까 싶었는데, 점검표를 보니 다른 해와 달리 맨 뒷장에 2대 지침 홍보물이 붙어 있다. 결론은 자율점검을 나간 사업장에 2대 지침을 설명하라는 것이다. 저성과자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노동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내용을 노무사가 자율점검대상 사업장에 홍보하면 그 대가로 2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설명회 자리에 끝까지 있지 못해 어떤 이야기가 더 오갔는지 알 수 없으나 그렇게 설명회가 끝나고 사업장 자율점검을 하는 동안 2대 지침과 관련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점검표 끝에 두 장은 그냥 찢어 버렸다. 근로계약서와 최저임금을 설명해 주기도 바쁜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대 지침을 설명한 노무사는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산입력을 하다 다시 2대 지침 설명 여부 표시 항목을 마주하게 됐다. 우리 관할지역만 해도 올해 321개 사업장이 점검대상 사업장인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업장이 2대 지침을 설명받았을까. 2대 지침을 설명한 대가로 사업장당 노무사에게 2만원이 지급되니, 도대체 얼마의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

노무사라는 전문인에게 노동법 취지에 반하는 내용의 홍보를 강요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는 차치하고라도 지금 노동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대가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노동의 대가를 찾아 주는 일, 실명의 원인도 모른 채 절망하고 있을 메틸알코올(메탄올)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찾아내는 일,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죽어 가는 노동자들,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연해진 조선업 노동자들….

지금 당장 노동부가 해야 하는 시급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인력과 자금을 어디다 어떻게 쓰고 있는가. 노동부는 훗날 후손들에게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혹독한 더위를 지낸 뒤라 선선한 바람이 아직은 반갑기만 한데, 추운 날 더 고생스러운 이 땅 노동자들에게 노동부도, 노동법도 따뜻한 온기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아픈 10월이다.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이상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네이버구글msn뒤로가기위로가기


기고사이트 : 매일노동뉴스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기사원문 URL : http://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