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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각 공인노무사(금융노조 NH농협지부 법규실장)

책장 속 헌법,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노래하다

정윤각 공인노무사(금융노조 NH농협지부 법규실장)
  
▲ 정윤각 공인노무사(금융노조 NH농협지부 법규실장)

민중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이렇게 거대한 적이 있었던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거리로, 광장으로 뛰쳐나와 “국민의 명령이다.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국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주권은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국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헌헌법 이래 국민주권을 규정해 왔다. 국민주권이론은 장자크 루소에 의해 발전돼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각국 헌법에 규정돼 있다. 프랑스혁명 시대 프랑스 민중의 외침이 이곳 대한민국에서 200여년이 훨씬 지나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광장에 나와 외치고 발언하는 어린 중고생들에게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는 교과서에 들어 있는 민주주의 원리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광장이 바로 최고의 교육장이었던 셈이다. 거대한 촛불의 함성은 이전부터 외쳐 왔던 작은 목소리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뤄진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 탄핵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잘못된 관행과 권력의 횡포를 처단하고 실질적으로 국민이 국가인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법적 절차에 의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결정이 남아 있지만 이미 국민 대다수는 국정문란을 자행한 대통령에게 심판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가치와 원리에 따라 제대로 심판할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헌법에는 국민주권 이념은 물론이고 국가의 기초·평화통일·국제법 존중·국민기본권 보장·통치구조·경제질서 등 국가 기본이념과 법치주의 기본원리가 모두 담겨 있다.

그러기에 헌법에 의한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직결된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건국 시기도 헌법 전문에 명시돼 있다. 국민의 저항권 행사와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의한 집회 허용,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자유 보장, 노동기본권 및 노동조합 활동 보장,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 등이 헌법 기본이념과 가치에 따라 집행됐다면 지금처럼 국민이 민주주의를 간절하게 외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리는 국민주권이기에 그 최상의 가치에 따라 국가의 통치구조가 형성되고 집행되는 것이 법치주의다. 그러나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력을 헌법 이념을 무시한 채 행사하고 오히려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을 저지르고 있으니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노동에 대한 권력의 횡포는 어떠한가. 재벌을 옹호하는 국가기관의 행정은 너무나 가혹하다. 그 힘에 기생하는 자본가집단의 노동탄압은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노동자 생명까지 앗아 가게 하고 있다.

헌법상 국제법 존중에 의해 승인된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회원국은 그 조약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차례에 걸친 ILO의 노동조건 준수 요구에 침묵하는 반헌법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

이번 촛불광장에서 “국민은 정당에 가입하고,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국민주권을 단순히 선거권 행사에만 사용하지 말고 정당에 가입해 정치에 참여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해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어야 한다. 종교단체나 동창회 같은 친목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가입률은 지극히 낮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는 노동절에 이렇게 말했다.

“노조 없는 나라에서는 노동자에게 가혹한 착취가 벌어진다. 미국인이여 노조에 가입하라.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원하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사실 미국도 노조에 그리 관대하지는 않지만 이런 가치관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노동자의 눈물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민중의 힘이 정의롭고 위대한 것임을 보여 주는 2016년 광장의 촛불항쟁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촛불은 여전히 빛나고 있고 광장에서 이뤄지는 시민정치는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와 다를 바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민주주의 촛불이 비로소 타올랐기에 절대 꺼뜨려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꺼져 갔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사고로 존엄한 생명이 시들어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당시 했던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란 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애절한 “잊히는 게 가장 두려운 것”이라는 말 모두가 귓가에 맴돈다.


정윤각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