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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들의 투쟁, 안타까운 헬조선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안정된 조건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교원과 공무원 임용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규교원과 공무원 확대는 정원 제한에 가로막혀 좁은 문은 점점 좁아진다. 그런데 ‘좁은 문의 책임’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돌려지고 있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을 기득권이라 공격하고 특혜집단이라 공격한다. 좁은 문의 진짜 이유는 ‘진짜 기득권집단’(보수정권과 재벌 등)이 “정규직 대신 낮은 임금으로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를 쓰고 싶어 하기 때문”인데, 약자(임용준비생)가 또 다른 약자(비정규직)를 공격한다. “누가 더 약자인가”가 중요한 것처럼 ‘약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11월28일 야 3당 75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인 교육공무직법(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이 교원·공무원, 그리고 임용준비생들의 거센 반대로 인해 법안심사조차 하지 못하고 지난주 19일 철회되는 사태가 있었다. 지금 ‘진짜 기득권집단’은 철회된 법안을 둘러싼 정규직·비정규 노동자들의 논쟁, 그리고 예비노동자들의 논쟁, 약자들의 투쟁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진짜 기득권집단은 교육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들은 교육에 투자되는 재정은 비생산적인 것이라 본다. 게다가 학생수가 감소 추세이므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돈이 있으면 4대강 사업 등 건설·토목 공사를 하거나 재벌이 더 잘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의 파이는 일정하니 더 효율적인 곳(곧 경쟁의 승자들을 지원하는 곳)에 돈을 쓰려 한다. 복지나 교육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복지예산을 교육에 전가시킨 최근 누리과정 사례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집권을 위해 공공·복지·교육 확대를 마지못해 받아들이지만 ‘작은 정부’와 ‘부자 감세’를 주장하는 그들에게 정규직 충원이나 노동자 삶의 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진짜 기득권집단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안 반대 주장 중 일부는 바로 그 ‘효율성 논리’로 법안을 반대한다. “파이가 한정되니, 비정규직에 쓸 돈으로 교원과 공무원 충원에 쓰라”고 주장한다. 다름을 강조하고자 임용시험을 절대시하고, 시험 통과를 위한 노력을 무시한다며 상실감과 역차별을 주장한다. ‘개인의 노오력’이 아닌 노조활동을 혐오한다. 심지어 “비정규직 다 자르고 교원·공무원을 뽑는 것이 더욱 효율적”(오죽 현실이 답답하면 이런 주장까지 할까.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대단히 잔인한 주장이다)이라고도 주장한다. 반대론자들도 대부분 약자인데, 약자의 논리가 아니라 기득권자의 철학과 논리를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런데 진짜 기득권자들은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신 정규직을 충원하는 정책을 절대 그냥 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비정규직을 더 많이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권리쟁취 투쟁이 중요하다. 비정규직이 그들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비정규직도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노조 할 권리가 더욱 강화돼 노조로 단결해 힘을 키워야 한다. 쉽게 해고돼선 안 되고, 낮은 임금을 감수해서도 안 된다. ‘진짜 기득권자들이 생각하는 효율성의 한계’를 넘어설 때, 그때야 그들도 비정규직 대신 진짜 정규직을 늘릴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교육공무직법은 절대 정규교원이나 공무원의 권리를, 정원을 끌어내리는 법안이 아니다.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우리는 국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고용의 폐해를 극복해 전체 사회로 확대하는 모범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잔인한 효율성의 논리와 싸우고 그것을 깨부수고 싶다. 약자들끼리 싸우다 나가떨어지지 않고, 약자들이 연대해 함께 진짜 강자와 싸우고 싶을 뿐이다. 재정이 문제라면 재벌을 위한 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방산비리를 근절해 국방비 낭비를 줄이고, 기득권을 위한 예산의 고리를 끊어 교육과 복지에 우선 투자하면 된다. 법인세 인상 등 소득세 제도를 개혁하고, 재벌들의 금고에 쌓인 7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 등 그동안 진짜 기득권자들이 누려 왔던 온갖 특혜를 환수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충하면 된다.

법안 철회 사태를 겪으며 공감대 확산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 부족을 뼈저리게 반성한다.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함께 외쳤던 우리의 연대가, 저들의 논리로 무장된 거센 반대 앞에 실제로는 무기력했음을 돌아본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수백만의 촛불이 모인들 약자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우리는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헬조선의 대표적 약자인 비정규직과 청년들이 뭉치고, 노동자들의 연대가 강화되면 이 지옥을 깨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배동산  labortoday